오늘처럼 비가 갑자기 쏟아졌던 몇년 전의 그 날
날씨를 꼬박꼬박 확인하는 편인데 그날 따라 확인하지 않았고, '소나기가 온다면 그냥 맞지 뭐-' 했던.
시내를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하늘이 오락가락 비가 올랑말랑 한다.
간신히 버스를 타니 금새 비가 쏴아- 쏟아진다.
다행히 버스정류장과 집이 가까워 '내리면 뛰어가야지, 그럼 괜찮을거야.' 하는데
왠걸, 3~4정거장이 남았을 때, 예상치못하게 버스가 멈췄다.
기사님의 안내와 함께 모두가 버스에서 하차하게 됐고,
우산을 꺼내는 사람, 뛰는 사람, 전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사람 등,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
얼마 남지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그냥 맞고 가기로 한다.
하지만 버스에서 내리고 얼마 맞지도 않았는데 금새 몸이 다 젖었다,
강한 빗줄기와 바람이 금방 몸을 적셨고, 버스틀 타기도-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에
금새 체념하고 비를 맞은채로 신호를 기다리기로 한다.
신호가 바뀌고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넌때에
뒷쪽에서 '어디까지 가세요? 같이 쓰실래요?' 하는 상냥한 목소리
한 손에는 우산을, 다른 한 손에는 이력서를 들고 있는 앳된 얼굴의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.
너무 감사하게도 그 분의 집에 가는길에 우리집이 있었고, 정말 아주 흔쾌히 아파트 라인까지 데려다 주었다.
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학생. 오늘의 소나기에도 어김없이 내 기억에 찾아왔다.
오늘은 우산이 있었고, 갑작스런 소나기에 우수수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갔다.
횡단보도를 기다리면서 후드를 뒤집어 쓴 내 앞의 사람에게 '어디까지 가세요? 같이 쓰실래요?'하며 다가가고 싶었다.
그러나 '횡단보도를 건너면 다른 길이지 않을까? 빗줄기가 곧 약해지지 않을까?' 하는 생각이 앞섰다.
그리고 그제서야 그때 그 학생이 얼마나 고운 마음을 가졌고, 용기가 있었는지를 알게됐다.
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, 결심한다고 쉬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고,
결심하고 행동으로 녹여내는, 그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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